오픈이노베이션 현업자로서의 4번째 이야기로써 기존 경험에서 찾아진 개선해야 할 구조적, 제도적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참고 : 오픈이노베이션 : 개선해야 할 요소들 1)
(참고 : 오픈이노베이션 : 현업 경험의 시작 2)
(참고 : 오픈이노베이션 : 현업 경험의 시작 1)

지난번 내용에 이어서,
지난번 글에서 과거의 저 스스로가 개선해야 했던 점 (어쩌면 오픈이노베이션을 하는 담당자들이 필요로 하는 스킬) 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Consultancy
- Business Development skill
- Logical delivery
- Respect from 현업
- Continuity
이 중 4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현업의 Respect에서 시작된다
현업(기존 기업의 고유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 담당 조직에 대해 무관심, 무인지, 무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의 현실을 잘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실제 업무를 하다보면 외부 세상의 변화나 논리로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많고 또 우리가 모르는 영역의 현업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부인이 하는 조언 자체가 비현실 적인 경우가 많지요.
저 역시 일을 하면서 만났던 많은 현업부서에서 같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담당자들이 현업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도무지 일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그 담당자 중 현업에서 온 사람 조차도 오픈이노베이션 조직에 몸을 담는 순간 이런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개인적으로 들었었습니다.
“현업 출신이 가서 말을 해도 안먹히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조직 내부의 이유가 있는 경우입니다. 즉 그 업무 출신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내부 사정을 모르니 듣는 상대편도 답답한 겁니다.
지금 속한 조직에서는 팀을 구성할 때부터 컨설팅 조직을 구성하는 테마로 구성을 했습니다.
저는 사업도 했던 사람으로서 컨설팅 업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습니다만 이런 스킬셋이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 트렌드 모니터링
- Logical Delivery
앞서 설명했던 개인 스킬 부분이 하나 등장하는데요. 이 부분은 개인 차원의 역량입니다. 하지만 이 역량을 가진 부서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1) 트렌드 모니터링
어떤 현업 부서던지 외부 세상에 관심은 있습니다. 다만 깊게 보지 못하고 세밀한 관찰을 하지 못할 뿐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산업이나 기술의 경계가 마구 무너지는 요즘에는 내 분야가 아닌 다른 영역의 변화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는 싶지만 깊게 고민할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이들에게 세상의 변화,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변화가 당신의 업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려줄 수 있을 때 이 분들이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갖습니다.
상투적인 MI 보고서의 느낌이라면 절대 주목을 끌 수 없지만 가볍던 무겁던 외부 세상의 변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걸 암시하고, 또 이 부분을 자세히 알려주는 정보라면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2) Logical Delivery
이 부분은 컨설팅의 스킬 즉, paper에서 전달하는 능력도 포함하지만, 결국 왜 이런 세상의 변화가 당신에게 영향을 줄 건지를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까지 확장한 의미입니다.
어떤 부분이 논리를 강화할지에 대해서는 아이디어의 영역일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분야에서 얻어온 따끈따끈한 정보라면 어떨까요? 오히려 유명한 회사에서 발행한 보고서보다도 효과적일때가 많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아래와 같이 준비하려 노력했습니다.
- 회사 내 같은 분야에 있는 다른 담당자들의 의견
- 다른 경쟁사에 있는 같은 분야에 있는 다른 담당자들의 의견
보통 해외 사례나 best practice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사실 현업 담당자들은 해외 사례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해외 선진 사례가 국내에 영향을 주려면 상당기간 시간이 걸리며, 이는 현재 앞에 있는 kpi를 달성하는 것에 비해 훨씬 중요도가 덜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금융, 헬스케어 분야는 규제 때문에 해외 사례가 국내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정리하면, 외부 세상이 변하는 내용을 좀 더 경쟁사 담당자나 같은 회사내 동향을 통해 정제하고 현업 담당자에게 더 피부에 와닿는 내용으로 전달을 한다면 현업 담당자는 당연히 반응하게 됩니다.
제 경험을 공유드리면,
모 기술 업체를 현업 담당자에게 처음 소개했을 때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재미있지만 이런 기술이 적용될만한 프로세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테스트 예산이 없다.”
당시 해당 업체에 모 플랫폼 기업이 접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외 사례 중 플랫폼 기업이 해당 기술을 활용하여 현업 담당자 업무에 영향을 주었던 사례를 찾아서 플랫폼 기업의 의도를 재해석 해서 전달을 했었습니다.
그러자 바로 반응이 왔습니다.
“한번 적용해보고 싶다. 단 테스트 예산이 소액밖에 없다.”
사실상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테스트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소액이었기 때문에 저희는 그럼 진행이 불가능 하니 다음에 논의하자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다만 이 타이밍이 매우 중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달합니다.
그러자 없다던 예산도 생기고 갑자기 테스트를 진행해서, 해당 업체의 솔루션을 도입하는 결정이 났습니다.
3) Command Chain의 가동
명령체계를 활용하는 것, 그것만큼 조직의 혁신을 가속화 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흔히 담당자들이 답답하다는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현업 담당자는 급진적일 수가 없습니다. 그건 그 사람이 잘못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조직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조직의 명령체계를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세스 안에 품으려는 노력은 반드시 해야 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설득력있는 내용을 아무리 많이 전달해도 기존 조직은 절대로 필요에 의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명령체계를 품는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세부적으로 갖는 것 같습니다.
- Contact Point가 조직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인가
- 그들이 이런 혁신의 변화에 공감하는가
- 필요시 연락할 채널이 확실하게 세팅되어 있는가
보통 현업의 Contact Point를 세팅할 때 실무자, 과장급 혹은 심지어 조직내 막내가 담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전달자가 이미 한번의 필터링을 거쳐 보고하게 되기 때문에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락을 최초로 받는 사람 본인이 조직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voice를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분들이 이런 변화와 프로세스를 공감하고 동의해야 합니다. 저는 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정착시킬 때 관련된 임원들을 한 명씩 찾아가 필요성을 일일히 설명하고 그분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어냈습니다.
“필요하면 연락하자고”
라는 식의 피드백은 최악입니다. 필요할때 연락을 하지 말라는 의미와 다를바 없습니다. 연락 받을 채널을 명확하게 세팅하고, 크고 작은 이슈에 무조건 연락할 수 있는 채널을 확답 받아야 합니다.
“이메일이던 뭐든 보내면 되잖아”
라는 식의 피드백 역시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연락하는게 우리의 연락하는 방식이며 당신은 여기에 답을 해야 합니다. 라는 것을 인식 시켜두는게 좋습니다.
그 방식은 뭐가 되든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만, CC를 넣을 수 있다는 장점과 조직내에서 전파가 쉽다는 면에서 저는 이메일을 최초 연락방식으로 쓰는게 좋아 보입니다.
맺으며
오늘은 현업 담당자들에게 Respect/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위의 인정을 받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건 뭘까요?
바로 이 고민을 하는 담당자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Respect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속한 조직의 조직장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도록 권한을 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여기서 눈치 채셨을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픈이노베이션 조직은 관계사 내에 가장 높은 의사결정권자의 권한 위임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 한번 얻어진 그들의 Respect는 오픈이노베이션 조직에 매우 귀하고 파워풀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