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던 23andMe가 2025년 3월,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Chapter 11)를 신청했다. 이 기업은 침을 채취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고, 소비자에게 건강 리스크, 혈통, 체질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전자 검사 대중화의 문을 연 주인공이었다. 구글 창립자의 아내였던 앤 워치츠키가 CEO로 재직하면서도 큰 주목을 받았고, 한때 기업 가치는 60억 달러를 넘어서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참고 : https://www.yna.co.kr/view/AKR20250324164700072)
23andme, 시장의 기대와 몰락
하지만 몰락은 빠르게 다가왔다.
첫 번째 원인은 단발성 키트 판매 중심의 한계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유전자 키트는 한 번만 구매하면 반복 구매가 발생하지 않기에, 꾸준한 수익 창출이 어렵다. 저자 본인은 그 어떤 원인보다도 본 이유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미국에서의 붐이 전 세계로 전파될 거라 예상했고, 유전자 지도의 완성도 역시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예상할 수 있듯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나의 선조가 어디서부터 유래됐는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제한적이며, 유전자 지도가 어느정도까지 완성되어야 next step value를 보여줄 수 있는지도 불분명했다.
두 번째는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안 이슈다. 2023년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건으로 약 700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며 신뢰에 치명타를 입었다. 특히 유전자 정보라는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으로서, 보안 실패는 브랜드의 존속 가능성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참고 : https://en.wikipedia.org/wiki/23andMe_data_leak)
마지막으로, 2021년 스팩(SPAC) 상장을 통한 무리한 확장 이후 지속적인 적자, 경영진 이탈, 인력 감축 등이 이어지며 사업의 기반이 약해졌다. 앤 워치츠키의 CEO 사임은 상징적인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한 채 파산 신청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례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단지, 혁신적인 기술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도 비즈니스 모델의 완성도가 장기적 생존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시장에서 많은 기업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놀라운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남들과 다른 기술의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것 역시 훌륭한 일임은 틀림없다.
다만,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기업을 평가한다면 그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해서 판단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이번에도 얻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