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습니다. 검색, 번역, 콘텐츠 요약은 물론 사진 보정과 문서 작성까지 AI가 도와주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헬스케어 AI’는 아직도 어딘가 멀게 느껴집니다. 병원에서 AI를 활용한다는 뉴스를 간간이 접하긴 하지만, 우리가 실감할 정도로 AI가 ‘의료 현장에 깊이 들어왔다’고 느끼긴 어렵습니다. 더불어 업계에선 여전히 한 가지 질문이 반복됩니다. “헬스케어 AI는 왜 아직 돈이 안 될까?”
헬스케어 AI, 기술은 있는데 돈이 안 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수천 개의 헬스케어 AI 스타트업이 존재합니다. 흉부 엑스레이를 분석해주는 AI, 정신질환 위험을 조기에 포착하는 알고리즘, 보험 청구 부정행위를 자동으로 잡아내는 모델 등 기술적으로 훌륭한 프로젝트는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간단하게 추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헬스케어 산업은 ‘의사결정권자’와 ‘지불자(payer)’, ‘사용자(user)’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병원이 AI로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모델을 도입한다고 합니다. 의사는 편리할 수 있고, 환자는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 시스템 도입에 드는 돈은 병원이나 보험사가 부담해야 합니다. 즉, AI의 가치는 ‘누군가가 비용을 지불할 이유’를 만들어야만 실현됩니다.
FDA 승인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헬스케어 AI 기업이 ‘FDA 인증’을 받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규제 장벽을 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최근 AI 영상 분석 기업들이 FDA 인허가를 획득했지만, 매출이 정체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의료행위로 인정되지 않으면 보험 수가를 받을 수 없고, 병원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유인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업모델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AI 기반 스타트업들은 ‘수익이 나는 모델’로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 B2C 모델 확대: 일부 기업은 아예 병원이 아니라 환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앱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여성 건강, 당뇨 모니터링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종종 구독형 모델과 리워드형 보험 연계로 매출을 만듭니다.
- 보험사 대상 서비스: 기존 병원이 아닌 보험사를 고객으로 삼는 모델도 늘고 있습니다. 예측모델로 질병 위험군을 분류해 조기 개입하게 하거나, 청구 데이터 분석을 자동화하는 식입니다. 여기에 AI 기반의 코칭이나 참여도 관리가 결합되면 보험사는 유지율과 수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 헬스케어 AI as a Service (AIaaS): 복잡한 임상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AI보다는, 오히려 문서 자동화, 코드화, 상담 내용 정리 등 비의료적 업무를 도와주는 AI가 더 빨리 매출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은 병원보다는 중간관리자나 IT 부서에 직접 어필합니다.
시장의 방향은?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현재까지, 투자자들도 이제는 ‘AI 기술’ 자체보다는 ‘수익모델’을 더 묻습니다. 그 결과, AI 기반임을 내세우기보다, 보험·고용주·환자 등 실제 지불자가 존재하는 시장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2025년 들어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AI 스타트업들이 의료기관 대신 보험사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료는 여전히 보수적인 산업이지만, 보험사는 리스크를 줄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새로운 기술에 빠르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한국은 어떤가?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됩니다. 헬스케어 AI 스타트업들이 하나둘씩 병원 외의 채널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건강검진 데이터, 보험사 제휴, 원격 모니터링 솔루션 등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AI가 아니라 **‘누가 돈을 내는가’**입니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해 있습니다. 이제는 실질적인 의료비 지출 흐름 속에 자신들의 솔루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