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의 민낯

얼마전 아래와 같은 기사가 등장했다. 내심 반가웠다.

기사제목

디지털헬스케어는 그 정의조차 모호한 현시점에서 시장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내 나름대로 정리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 기존 의료 시스템의 디지털화
  • 웰니스(예방 혹은 증진의 목적) 서비스의 타 산업 접목을 위해 디지털 기술이 사용되는 것
  • 피트니스(요가, 헬스 등) 서비스의 타 산업 접목을 위해 디지털 기술이 사용되는 것

어떤 곳에서는 디지털헬스케어는 곧 ‘데이터’를 의미한다고까지 표현하지만 이는 첫 번째 항목의 디지털헬스케어를 정의할 때의 적합도가 가장 높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디지털헬스케어는 여러가지 의미가 확장되고 변형되었다.

오늘은 모두가 잘 아는 디지털헬스케어의 장미빛 미래가 아닌 어두운 면을 담아보고자 한다.

1. 디지털헬스케어를 꿈꾸는 동상이몽

위의 3가지 구분에서 시작되는 디지털헬스케어의 정의와 마찬가지로 주요 이해당사자가 구분된다.

  • 의사, 병원 관계자, 제약사, 병원 시스템 업체 등
  • 의사, 보험사, B2C 접점이 있으며 건강 유사 영역에 있는 기업들(F&B, 코스메틱 등)
  • 피트니스 사업자, 모객 용도, 컨텐츠 요소로 사용하고자 하는 기업들

1) 지불 의사의 차이

위의 3가지 영역은 1~3까지 점차 지불의사가 급격히 떨어지는 순서이다. 물론 획일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차이일 수도 있다. 예를들어, 1번이 지불의사가 높을 확률이 높지만 고혈압, 당뇨, 다이어트 등은 1번의 영역에서도 크게 지불의사가 없다. 오히려 다이어트는 2번, 3번 영역에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고혈압, 당뇨는 이미 기존 의료 시스템에서 아주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별다른 unmet needs가 발견되기 어렵다.

2번 영역은 1번보다는 떨어지지만 3번 보다는 지불의사가 더 있을 수 있는 영역이라 고려할 수는 있지만 사실 이 영역은 이론으로만 존재할 뿐 아직 한국 혹은 유사한 시장에서는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3번 영역은 가장 시급성과 중요도가 떨어지지만 꾸준히 시장이 존재한다는 차이가 있으나, 개인사업자 영역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2) 확장성의 차이

3가지 영역은 확장성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1번은 기존 의료 시스템의 보완, 효율성 증대 등의 목적인 경우가 다수로, 의미있는 규모가 확장된다기 보다는 업무 효율성 증대가 핵심이 된다. 다만 기술 도입을 통해 없던 시장을 개척한다던지, 기존 수가가 더 높아질 수 있어야 도입 의지가 높아지는데, 이는 매우 제한적이므로 사실상 유의미한 확장을 기대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2, 3번은 이론적이기는 하나 확장성에서만큼은 1번을 압도한다. 왜냐하면 2,3번의 확장은 곧 가장 큰 시장인 1번 시장을 뺏어오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계에서는 2,3번을 디지털 헬스케어로 인정하지 않거나 모르는 경우도 많다.

3) 실행 능력의 차이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실행할 주체의 능력도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1번의 경우 기존 의료진의 적극적인 피드백과 아이디어 개진이 매우 중요할 수 있는데, 의료계의 경우 정량적으로 평가되기 어려운 요소가 많고 의료라는 영역 자체가 개인화된 정보, 선호도, 숙련도가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이므로 다소 제한적인 진료과에서만 관심을 보일 확률이 높다.

능력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수용 태도 관점에서 보자면, 의료진은 의료진이 직접 책임감을 가지고 의료행위를 해야만 한다는 기존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기존 관습을 조금씩 깨 가는 데에 상당히 오랜 시간을 소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번의 경우 가장 큰 수혜자인 보험, 정부기관 등 어마어마한 자본력과 실행력을 보유한 기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현실화 되는 순간 큰 변화를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매우 보수적인 기관의 색채가 강하여 시장이 명확하게 열리는 것을 보지 않는 한 먼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제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3번의 경우 아이디어와 적극성이 가장 두드러진 집단이나, 업계의 변화를 주도할 만한 실행력이나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 가능성 등을 열어낸다 하더라도 추진력 있게 진행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이다.

위의 내용들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지불의사확장성실행능력비판적 여론
의료 시스템의 디지털화높음낮음중간변화에 대한 당위성 제공이 어려움
웰니스 서비스의 확산중간높음높음보수적, 실제 시장이 변화해야만 움직일 것
피트니스 서비스의 확산낮음높음낮음변화를 주도할 능력 부족

2. 디지털헬스케어의 실패사례가 누적되는 이유

위의 종합표를 보더라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도전들이 많이 실패를 경험할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여러가지 스타트업과 대기업, 기관들의 접근 방식을 경험하다보니 단순히 혁신을 향한 도전의 실패이기에 실패 확률이 높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1) KOL (Key Opinion Leader) 맹신

대부분의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신사업 부서들은 얼마나 대단한 KOL들이 포진해 있는지를 강조한다. 물론 어떤 영역에 대한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해당 영역의 전문가 pool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사업 주체는 KOL이 아니라 창업가 혹은 사업 주체이다. 주객전도 된 사례를 많이 본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대화가 자주 반복된다.

“왜 이런 아이템이 시장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OO 대학병원 OO원장님께서 이런 기술이 왜 이제야 나왔냐며 연구 지원을 약속하셨습니다.”

“이런 기술이 시장에서 받아들여 질 수 있을까요?”

“네 그 부분에 대해서 확신합니다. 저희 KOL은 OO병원 OO대학 출신의 유능한 자문단이 풀타임처럼 일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조언하자면, KOL과 대화 할 때 다음의 내용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듣기를 바란다.

  • 이 사람의 의견이 업계를 대변하는가 (그 사람이 설사 학회 이사장 등 빅마우스라 할지라도 별개로 판단)
  • 내가 제품/서비스를 출시하면 이 사람은 자신의 병원/기관에서 구매하도록 설득할 것인가
  • 해당 아이디어가 잘되지 않을 이유를 설명했을 때 어떻게 방어하는가, 근거가 타당한가
  • 기존 이력을 봤을 때 자신의 병원, 대학, 기관 외에 고객을 설득하고 을의 위치에서 시장을 열어볼 수 있는 노력을 한 경험이 있는가

2) 시장 환경에 대한 무지

앞서 말한 KOL의 문제는 사실 시장 환경에 대한 무지로 이어진다.

다수의 KOL들은 학술적 단체 등에서의 위치가 높은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반대로 시장을 모르는 분들, 교수실이나 병원에서 온실처럼 대우받으며 사시는 분들일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학술적 목적이 아닌 시장에서의 경쟁을 하는 것이라면 이 분들의 의견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는 고민 해봐야 한다.

반대로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들이 이런 국내 KOL 들 덕분에 성공한 사례가 있는지도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굳이 병원에서 의견을 얻어야 한다면 1,2,3차 병원의 KOL을 골고루 섞는 것도 방법이다. 3차 병원은 학술적, 학회적 서포트가 필요할 때 도움이 될 것이고, 1,2차 병원은 지역별, 진료과목별 특성별로 고객에게 직접 매출을 올리는 기관으로서의 아이디어나 의견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교수님들만 바라본다. 마치 중기부 장관은 바로 유니콘을 창업할 수 있을거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허황되다고 볼 수 있다.

KOL이 다소 시장 친화력이 낮아도 문제가 안될 수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가 시장을 잘 알 경우 그렇다. 하지만 단순히 노후되었다고 치부하기엔 의료와 연관된 시장은 현재 매우 최적화 된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최소한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는 가장 잘 되어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부분 부분 우리가 기술적으로 접근해서 재단하고 평가하기에는 이 시스템 전반의 밸런스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이는 얼마전 모 기업을 통해 EMR은 무조건 클라우드가 급속도로 전파될 것이라고 장담했던 어떤 분이 떠오르는 예다.

해외에서는 EMR이 클라우드로 많이 진전이 되었고,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언젠가가 1~3년이라면 사업 아이템이 되지만, 5,10년 정도까지 늘어지게 되면 사업 아이템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차라리 관련한 논문을 쓰는게 낫다.

이는 EMR 기업들과 병원 현장과의 밸런스를 참고해서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관련해서 종합병원에서는 매우 진취적인 의견을 준다. 왜냐하면 각 종합병원들은 그 큰 병원건물 내에서는 클라우드처럼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정확히는 Closed Cloud 이고 타 병원과 연계해서 데이터를 연동하지 않고 있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어떤 교수님을 찾아뵈어도 EMR을 협진 가능하도록 오픈하자는 데에 반대하는 교수님은 없을 것이다.

3) 미국시장에 대한 환상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신사업 아이디어, 미래의 방향성을 미국에서 찾는다. 그러다보니 생기는 오류들이 특히나 헬스케어에서는 많다고 생각된다.

미국 시장에 대한 별도의 포스팅들이 있으니 이는 참고하길 바란다.
(https://bitexplor.com/%eb%94%94%ec%a7%80%ed%84%b8%ed%97%ac%ec%8a%a4%ec%bc%80%ec%96%b4-%ed%95%9c%ea%b5%ad%ea%b3%bc-%eb%af%b8%ea%b5%ad-%ed%99%98%ea%b2%bd%ec%b0%a8%ec%9d%b4/)

미국과 한국시장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심지어 한국이 더 선진화 된 유일한 영역이 바로 헬스케어 시장이다. 그러므로 미국 시장에서의 미래를 마치 우리에게도 곧 다가올 미래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반대로 미국에서는 어떤 pain point가 제도적으로 해소되지 않았기에 이런 혁신 아이템들이 자리 잡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그 pain point가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환자, 제도, 비용적으로 존재하는가를 생각해보자. 아마도 대부분 매치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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