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 슬립테크 과연 현실성 있는가?

참 오래된 키워드들인데 요즘따라 이렇게 기사들이 나는 건 이유가 있겠지요? 삼성에서 FDA를 받았다며 슬립테크 에 대한 뉴스가 떴습니다.

슬립테크, 쉽게 말해 잘 자게 도와준다는 의미인데, 길게 설명하기 전에 단정적으로 말해서 “어렵습니다.”

1. 슬립테크의 메커니즘

잠을 잘 자게 해주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 심리적인 불안감 해소 등 근본 원인 해소
  • 호르몬 등 수면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조절해주는 화학적 치료

물론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조명을 어둡게 하는 등.. 이건 다 두 번째 이유랑 같은 기전입니다. 즉 우리 뇌의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이렇게 오래 진화해오면서 스스로 제어 못하는 생리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잠입니다.

졸린 것을 깨기도 어렵지만, 자야할 때 자는 방법도 모릅니다. 그냥 어쩌다보면 잠이 들어버리지요.

참 미지의 세계입니다. 그래서 테크 기업들은 이 부분이 접근하기 용이하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슬립테크를 지향하는 기업들이 하는 방법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만 대부분 대동소이합니다.

  • 잠 자기 전 일기를 쓰거나 마음 상태를 기록하게 하여 심리적 안정 도모
  • 자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
  • 자는 시간과 수면 패턴을 고려하여 기상 시간을 제어
  • 잠든 시간 동안의 숙면 패턴을 소음, 움직임 등을 통해 추정하고 바른 수면 습관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

뭐 소소한 다른 것들을 넣는다 쳐도 아마 당분간 저 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저 정도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을 정도인 내용인가요?

최근 미국과 같이 혁신을 지지하는 국가들은 혁신 기업들을 지지하기 위해서 중재(intervention) 행위만으로도 개선효과가 있을 경우 이를 FDA에서 승인해주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눔(NOOM)입니다.

“먹는 습관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식습관이 형성된다.”

이 가설을 증명한 것이 Noom의 초기 디지털 치료제 컨셉이었고, FDA에서 승인도 받았습니다. 대단한 것 맞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어떻습니까?

다른 예를 들겠습니다.

“오답노트를 쓰면 성적이 향상된다.”

“감사일기를 쓰면 우울증이 해소된다.”

모르는 분들 계시나요?

중재(intervention)의 시장 가능성을 모두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런 상식적인 대전제를 그저 비즈니스에 옮겨놓고, 통제된 환경에서의 임상 결과만으로 FDA를 받는 것이 정말 유의미한 지는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2. 잠자는 환경

그럼 잠 자체가 비즈니스가 될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잠을 주제로 하는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 앱을 통해 중재 활동 자체에 집중
  • 모니터링에 집중

중재 활동에 집중하는 경우는 1번 단원에서 다룬 내용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요즘 다양한 웨어러블이나 스마트 기기들을 활용해서 모니터링을 하려는 시도들도 보입니다.

얼마전에는 재미있는 게임을 봤는데요,

바로 Pokemon Sleep 이라는 게임입니다. 잘 자면 포켓몬을 모을 수 있습니다. 웨어러블이나 스마트폰의 마이크를 통해 수면 점수를 산출하고, 잠든 시간 일어난 시간을 기록하게 되어 있습니다.

포켓몬 자체가 한물 간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슬립은 그에비해도 처참할 정도로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수면을 측정한다는 것은 사실 대단히 어렵습니다.

  • 자는 동안 기기를 착용해야 하고
  • 전자파 등 유해 전파가 주위에 없어야 하고
  • 매일 색다른 데이터가 도출되어서 늘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함

이 세가지를 만족시키기 어렵고 그런 서비스는 현재 본 적이 없습니다.

워치 기업들이 자주 수면 트래킹을 시도합니다만 워치 배터리 수명 때문에도 현실성이 없습니다. 스마트폰의 마이크를 이용하게 되면 두 명이 잘 경우, 전자파 때문에 멀리 두는 경우, 방해금지 설정 등등등 너무 많은 이유로 트래킹이 안됩니다.

심지어 잘 측정됐다고 칩시다. 그 데이터가 늘 새롭지가 않습니다.

아 난 늘 새벽 3시에 뒤척이는구나. 이걸로 무얼 할 수 있을까요?

결론

물론 잠을 돕는 것이 어떤 unmet needs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접근 방식들을 보면 너무나도 진부하고 새로운 것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잠이라는 영역은 언급했듯 어떤 질병 단계 보다도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는 비정형적이고 감성적 영역에 있는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입니다.
(참고 : 이전 포스팅 )

그렇다면 인증이 중요한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터치해야만 시장이 열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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