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미래 먹거리로 헬스케어를 선언했습니다. 예상됐던 경로이긴 합니다. 세나클을 인수하고 제이앤피메디에 투자했을 때 네이버가 헬스케어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조직적으로도 헬스케어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히 소문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요즘 네이버 뿐이 아닙니다. 돈 좀 있다는 기업들은 다 헬스케어 한다고 합니다. 제약사들은 물론이고 안마의자, 렌탈, 침대 등 수 없이 많은 분야가 헬스케어를 표방하고 나섰습니다.
네이버가 헬스케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정말 사업성을 봤기 때문일까요?
네이버의 현 상황
네이버 내부 사정까지야 알 수가 없지만요. 사용자로서 일반인들이 보는 뷰는 비슷할 것 같습니다.
요즘 누가 네이버 써?
요즘 컨텐츠 영역은 두 가지입니다. 찾거나 소비하거나. 찾는건 모르는 걸 찾고 답을 얻는 활동입니다. 네이버의 텃밭이었죠. 지식인과 블로그, 카페를 통해서 사람들이 묻는 활동을 지배해왔습니다. 하지만 요즘 모르는게 있으면 어디에 찾죠? AI한테 묻거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찾습니다.
컨텐츠 소비는 텍스트, 그림, 영상으로 나뉘어 있지요. 여기서 텍스트는 네이버의 텃밭이었습니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영상은 유튜브가 독점해버린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이제 블로그로 점유하던 네이버의 텍스트 텃밭도 끝나갑니다. 사람들은 AI에서 텍스트로 묻고, 컨텐츠를 소비하며, 스레드 같은 신종 플랫폼의 텍스트 도전도 무섭습니다.
아직까지는 네이버가 그동안 벌어둔 시간의 양. 컨텐츠의 양이 남아있는 자산입니다. AI에게 뺏긴 자리이지만 AI는 그 컨텐츠를 외부에서 끌어오기에 아직은 네이버에 쌓인 컨텐츠가 참조될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크리에이터들은 더이상 네이버 플랫폼에 컨텐츠를 저장할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계속 새로운 컨텐츠가 차지 않으면 네이버 포털은 그 생명력을 잃어갑니다. 이미 검색은 끝났습니다.
그래서 네이버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도 합니다. 바로 두나무와의 합병입니다.
하지만 두나무와의 합병도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합병 승인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넘어서 네이버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가 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몇몇 언론에서는 네이버 쇼핑에서 사용되는 거래 수단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게 아니느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도 맞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네이버 쇼핑은 네이버 포인트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보안을 위해 도입할 수는 있습니다만 이걸 코인화 해서 거래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코인화 되는 순간 가치는 출렁일 것이고 가치가 변하게 되면 그건 안전한 네이버 포인트가 아니라 투자자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칫 네이버 코인이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면 네이버 포인트까지 동반 추락할 확률이 있습니다.
두나무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이 아닙니다. 거래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결국은 헬스케어
헬스케어 종사자로서 공룡들이 참여하는 일은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진입과 퇴각은 종사자들로하여금 또다른 실패 히스토리를 쌓고 지쳐가게 할 뿐입니다. 그런면에서 네이버가 지혜롭게 이 시장에 안착하기를 바랍니다.
위에 네이버의 가장 큰 프로젝트 두나무 프로젝트를 언급했습니다. 두나무는 거래소입니다. 네이버 쇼핑, 포인트의 거래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 네이버는 거래소가 왜 필요했을까요?
네이버가 그동안 모아온 자산들을 다시 살펴봅니다.
세나클 : EMR(전자의무기록차트) 전문 스타트업
제이앤피메디 : CRO(임상시험설계 및 운영) 전문 스타트
두나무(예정) : 토큰 거래소
저는 여기서 헬스케어 데이터가 눈에 들어옵니다. EMR에서 거래되는 것도 데이터이며, CRO가 DCT(분산형 임상시험)화 되면 중요해지는 것도 데이터 관리 및 이동입니다. 두나무는 블록체인이라는 보안 토큰의 거래소입니다.
헬스케어 종사자들이라면 오래전부터 들어온 전설같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헬스케어 데이터 거래라는 꿈입니다. EMR은 일종의 데이터 Generation (생성) 장소가 될 것입니다. 진료 받을 때마다 업데이트 되고, 내 이력이 모이는 곳.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동할 때에도 이 데이터가 살아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CRO는 집중형 데이터 개발계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더 통제된 환경과 더 깊게 공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에 대한 반응, 헬스 데이터의 변화를 모니터링 하게 됩니다. 이때 DCT(분산형 임상시험)가 활성화 되면 임상은 더 폭 넓게 일상생활에서 쉽게 포인트를 버는 수단으로 가벼워질지도 모릅니다.
이 헬스케어 데이터들은 어딘가에 저장됩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보안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현존하는 데이터 보관 기술은 블록체인이 가장 안전합니다. 이 데이터는 여러개의 블록으로 이루어져 내 월렛에 저장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용처에서 요구할 때마다 나는 특정 블록을 잠금 해제해서 사용하게 됩니다. 즉, 살아있는 거래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이 토큰이 상장되면 어떻게 될까요? 특성이 특정된 이 블록들은 하나의 토큰이 되어 시장에서 거래될 수도 있습니다. 이 안에는 NFT처럼 사용권이 포함될지도 모르겠죠. 아니면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 정도만 탑재될지도 아니면 그냥 이 거래가 활발한 생태계 자체를 화폐로 인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때에는 거래소의 역할이 필요할겁니다. 거래가 가능한 토큰을 설계하고 상장 시켜야 하니까요.
이 모든 그림이 완성되면 우리는 내 개인정보를 팔아 보상을 얻듯 (회원가입, 금융상품 가입, 마케팅 수신동의 등) 이제는 건강정보를 팔아 보상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내게 맞는 임상 시험에 캐시워크 활동 하듯 가볍게 참여하여 조금 더 깊이 있는 정보를 더 비싸게 팔게 될 것입니다.
병원과 제약사는 환자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습니다. 해당하는 블록을 찾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 정보는 위변조가 불가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접촉할 수 있게 됩니다.
네이버의 꿈 실현될까
네이버가 꾸는 이 꿈은 실현이 될까요?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장벽들을 넘어야 할 겁니다. 예를 들어, Data Generation 즉, 이 모든 로드맵의 시작이 되는 EMR 부터 문제입니다.
세나클은 MS가 매우 낮은 작은 기업입니다. 이들은 아직 시장에 제대로 자리잡기엔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일단 대다수의 의원들이 세나클 EMR을 사용해야 이 생태계가 작동합니다. 네이버의 자금력으로 무료로 배포하는 방법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여기에 또다른 장벽이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 소유권과 동의 문제입니다. 기존에는 의료 데이터는 의사와 환자가 공동 소유하는 소유권 해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의사가 보유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현재 해석하에서는 각 의료기관들을 모두 설득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장벽이 생깁니다. 더 큰 장벽도 있습니다.
의료 데이터의 소유권을 환자에게 돌려주려는 제도적 움직임입니다. 물론 이 변화는 헬스 데이터 측면에서는 양날의 검이긴 합니다. 개개인을 모두 설득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어려움은 난관이지만 이를 수용하게 되면 병원들의 이해관계를 설득하지 않고도 시장 논리로만 데이터를 모두 사올 수 있습니다.
그럼 CRO 분야는 어떨까요? 여기도 문제입니다. 제이앤피메디는 알려진바로는 CRO 역량이 그다지 좋은 회사는 아닙니다. CRO가 작동하려면 근본적으로 의뢰건수가 많아야 합니다. 즉, 고객이 확보되어야 굴러가는 바퀴라는 의미입니다. 이 고객들이 오려면 실력이 좋고 신뢰가 담보되어야 합니다. 제약은 비용저감보다도 신뢰 확보가 key이기 때문입니다.
대형 제약사들에게 제이앤피메디가 네이버에 투자를 받았으니 믿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겁니다. 즉, 데이터를 심화시키고 일상적인 프로젝트를 던져줄 수 있는 미끼 역할인 CRO가 작동될 수 있는지가 매우 의문입니다.
그럼 마지막 퍼즐 거래소는 어떠할까요?
거래소는 코인을 설계하고 프로젝트를 리드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이건 이해상충이 걸리는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이것이 문제가 안됐지만 이제는 거래소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되면서 철저하게 감독되고 있습니다.
즉, 거래소를 보유하고 안하고는 본 가설에 아무 도움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결론
오늘은 네이버의 전략 비전을 감히 제 시선으로 들여다보았습니다. 물론 이런 그림이 아닌 전통적인 헬스케어를 지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기존에 열심히 사모은 자산이 아닌 다른 역량들이 또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점점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네이버. 아직은 커머스에서 그나마 빛을 발휘해보려는 상황에 AI의 도전은 너무나도 크고 두렵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통 강자인 네이버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치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