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지난 10년간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끌어왔습니다. 팬데믹 기간에는 원격의료, AI 진단, 만성질환 관리 앱 등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헬스케어의 미래는 디지털”이라는 말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많은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돈을 벌지 못하는 비즈니스’**라는 낙인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수익 구조는 불안정합니다. 문제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소비자와 투자자는 여전히 이 “성장 스토리”에 매달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놓치고 있는 진실이 있습니다.
1. 시장의 겉모습과 실제 상황
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대략 2020~2022년에 걸쳐 정점을 찍었습니다. 원격의료 플랫폼 Teladoc, AI 영상 판독 솔루션 Aidoc,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Omada Health 같은 기업들은 수백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24년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은 빠르게 식었습니다. 고금리 환경, 규제 강화,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4~2025년에도 일부 M&A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인수였습니다.
2. 왜 수익이 안 나는가? 5가지 구조적 이유
① 보험 수가 제도의 한계
미국의 원격의료와 RPM(원격 환자 모니터링) 서비스는 보험 적용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팬데믹 초기에는 임시로 수가를 확대했지만, 이후 축소되면서 이용 건당 수익이 급감했습니다. 결국 많은 스타트업이 보험 보장 범위 밖에서 환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는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립니다.
② 환자·의료진의 지속 이용 저조
설치와 첫 사용은 활발하지만, 3개월 이후에도 꾸준히 쓰는 사람은 극히 적습니다. 만성질환 관리 앱의 경우 이탈률이 특히 높습니다. 결국 플랫폼 유지 비용은 늘고, 유효 가입자당 매출(ARPU)은 떨어집니다.
③ 규제와 인증 비용 부담
FDA 의료기기 인증, HIPAA(미국 의료정보보호법) 보안 요구사항은 필수지만, 이를 만족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치명적입니다. ‘기술’보다 ‘서류’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구조가 생깁니다.
④ 데이터 활용 제한
데이터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 자산이지만,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강화로 활용 범위가 줄고 있습니다. 동의받은 범위 밖에서는 마케팅, 연구, 제3자 판매가 불가능합니다. 데이터로 돈을 벌 수 없으면, 나머지는 구독료나 건당 과금뿐인데 이는 시장을 좁힙니다.
⑤ 비즈니스 모델의 단기성
많은 기업이 특정 질환 하나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 당뇨 관리, 심장 재활, 비만 치료 등. 문제는 해당 질환에 대한 규제·보험 환경이 불리해지면, 비즈니스 자체가 바로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3. 새롭게 등장하는 BM 트렌드
그렇다고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손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최근에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 B2B SaaS 모델 확대
- 병원·보험사 전용 데이터 분석 플랫폼 공급
- 예: Zus Health, Redox 등
- 건강 데이터 마켓플레이스
- 익명화된 건강 데이터를 제약·연구기관에 판매
- 리테일 헬스케어 진출
- CVS, Walgreens, Amazon이 자체 헬스케어 서비스를 론칭
- 만성질환 관리 특화
- 당뇨·심혈관질환·비만 치료를 원격 모니터링·코칭과 결합
4. 한국 시장과 비교
한국은 단일 보험 체계와 강력한 규제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BM이 더 느리게 성장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작은 규모의 실험’을 제도권 안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점은 장점입니다. 미국처럼 무한 경쟁 시장에서 바로 수익을 내야 하는 압박이 적습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입니다.
- 기술이 아니라 ‘지속적인 이용’을 만드는 구조가 우선이다.
- 보험 체계와 규제 환경에 맞춘 BM이 필요하다.
5. 결론 – 화려한 기술 뒤에 숨은 진실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AI, 원격의료, 웨어러블, 데이터 분석 등 혁신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소비자와 투자자가 놓치는 진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술이 곧 돈은 아니다”**라는 사실입니다.
보험 수가, 규제, 장기 이용률, 데이터 활용 범위… 이 모든 현실적인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아무리 화려한 기술도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한국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뛰어들려는 기업과 창업자들이 많습니다. 그럴수록 미국의 실패 사례를 더 냉정하게 분석하고, 같은 함정을 피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성장 곡선에 속지 않고, 본질적인 수익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승자의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