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 : 현업자(사업/투자)로서의 관점

1. 글을 열며

안녕하세요.

본 블로그를 운영하는 저는 디지털헬스케어가 한창 대두되던 2018년 보험업계에서 관심을 갖던 ‘예방’ 영역의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 제휴하는 업무가 기회가 되어 지금까지 디지털헬스케어 영역에 몸을 담고 스타트업 투자 및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시만해도 오픈이노베이션이나 디지털헬스케어란 용어 자체에 대한 개념도 익숙하지 않고 명확한 정의가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국내 상황에 맞게 해석되어 정착되게 됩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 섹션에서 별도로 서술하기로 하고, 본 글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한정하여 설명하겠습니다.

2. 초창기 디지털헬스케어

디지털헬스케어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업계는 아무래도 보험업계였습니다. 디지털헬스케어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능은 ‘예방’이며 이를 통한 기대효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공공 의료비 절감
  • 예방을 통한 수명 연장 효과
  • 금융상품의 소구 포인트 증가
  • 보험 손실율 감소 (사차손 감소)
  • 투자 기회 모색

당시만해도 예방 효과를 통한 궁극적인 건강 및 의료재정과 금융사의 재무적 관점에서의 기대치도 높았지만 한편 마케팅 효과로서도 기대감이 작지 않았습니다. 고리타분하기만 한 금융사가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선도하는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3. 왜 보험사였을까?

그렇다면 하고많은 금융사 중에 왜 하필 보험사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 보험 손해율 증가
  • 신규 시장 정체 : 침투율, 젊은 세대
  • 자산 활용도 증가
  • 미니보험 활용 가능성

보험사는 위험을 미리 대비하는 금융입니다. 즉, 우려하는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되면 보험사는 이를 통해 이득을 얻게 되는데, 이 사고에 지급하는 비용에 의한 손익을 사차손익이라고 합니다. 고령화에 따른 문제 혹은 대중이 점점 보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온라인에서 정보 습득이 용이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보험 상품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 2019년부터 시작된 저금리 기조는 기존 고금리로 판매했던 상품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손익이 악화됨에 따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대표적인 보험상품인 암보험은 잠정 시장 침투율이 90%에 육박하여 신규 시장을 창출할 확률이 거의 없고, 심지어 젊은 세대는 보험 가입을 꺼리는 풍토가 강화되며 보험업계는 줄곳 타개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상황에 대두된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개념은 보험사에게 아주 좋은 모델이 되었습니다.

4. 해외에서 바라보는 디지털 헬스케어

오늘은 개괄적인 소개만 하는 글이므로 세부 예시까지는 생략하도록 하고, 해외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대략적인 예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커뮤니티 기반의 예방 활동 강화
  • 웨어러블을 통한 예방 및 신규 상품 출시
  • 중재(intervention) 효과를 약품과 동일시 하는 제도적 마련 : 디지털 치료제

주로 이러한 신규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국가는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은 공공 의료의 존재감이 미미하고 의료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가입자들 역시 비용 감당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병원 수가 적고 접근성이 낮아 팔이 부러지면 엑스레이 판독을 받기 전에 자동으로 뼈가 붙는다는 말이 단순 농담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예방 개념을 더 강화하고, 예방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를 알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마침 당시 유행하던 애플워치나 fitbit 같은 웨어러블이 등장하고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미국의 발빠른 보험사들은 웨어러블 비용을 보험사가 대신 지급하고, 가입자는 건강 활동을 통해 낮춰진 위험률을 비용화 하여 웨어러블 비용을 지급하는 형태의 상품도 인기를 끌게 됩니다.

이러한 시장의 반응은 한국에도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불어넣게 됩니다.

5. 우리나라에서의 디지털 헬스케어

미국 등의 해외 사례를 보며 희망을 품었던 초기와 달리 국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국내는 공공의료가 강력한 이유로 개인이 병원비나 약제비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었고, 병원 접근성이 매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가 힘을 발휘하는 분야는 만성질환인데, 우리나라에서 만성질환은 매우 저렴한 약들과, 손쉽게 방문 가능한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애초에 시장의 needs가 충분하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초기 접근부터 쉽지 않아지자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해석과 논의가 분분하게 됩니다. 표준산업분류에서 어디에 속하는지, 의료라고 봐야 하는지, 웰니스나 피트니스 영역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그 분류와 소속부터 혼선이 시작됩니다. 혹자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그 자체로 data를 의미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data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여러가지 시도가 헬스케어 기업이나 보험사 등에서 시도되었고, 또 많은 스타트업이 창업되고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코로나 기간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국내에는 비대면 의료를 시작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열리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면서, 비대면 진료를 비롯한 대부분의 비대면 서비스(피트니스, 웰니스, 처방, 약배송 등)는 모두 폭락 사태를 직면하게 됩니다. 다시 예전의 우리나라의 편리했던 환경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된 대중은 굳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건강 활동 하기를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6. 현 시점의 디지털 헬스케어

본 저자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제로 하는 기업에서 근무하며, 각종 스타트업 투자, 협업, 신사업 기획 등의 업무를 지켜보며 여전히 식지 않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헬스케어 기업이 아닌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헬스케어로 진입하는 모습입니다.

렌탈, 제조, 소매, 문화, 라이프 스타일 등 헬스케어와 거리가 멀어 보였던 분야의 기업들이 헬스케어를 내재화 하기 위해 그룹사 과제로 헬스케어 과제를 전략으로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헬스케어 기업에 소속된 저로서는 해당 기업들이 저희 회사를 찾아와서 함께 헬스케어 전략 수립을 요청하는 바람에 많은 요구사항과 여러 섹터의 목소리를 듣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변해가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바라보며 기존과는 조금 다른 view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적어도 한국에서는 두 가지의 영역으로 나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 헬스케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
  • 비 헬스케어 산업으로의 흡수

1) 헬스케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

병원, 바이오 기업 등은 끊임없이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병원내 여러 부서간의 데이터 교환, 환자 기록에 대한 data 확보 및 활용, 투약 효과에 대한 임상적 연구 등 여러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며 요즘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은 조금씩 편리해지는 의료 현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주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위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이오 분야로 넘어가서도 여러가지 디지털 전환은 중요한 과제입니다. 임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신약 개발 프로세스나, 블록체인을 활용한 보안 이슈, 임상병리의 디지털화 등도 병원이나 치료 과정을 서포트 하는 기술의 디지털 화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더 정확히 더 미리 알고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는 시장을 선사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근거와 임상 결과가 중요한 이 분야는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이 영역은 다소 느리게 발전하겠지만 명확한 사용처와 근거를 위주로 성장하리라 생각됩니다.

2) 비 헬스케어 산업의 흡수

저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넓게 변하는 영역이 본 영역으로 생각됩니다. 어지간한 기업이라면 요즘 헬스케어를 고려하지 않는 곳은 없어 보일 정도로 다양한 기업에서 미래 사업으로 생각하는 것이 헬스케어 영역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제약을 하고 임상병리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서두에 이야기했던 ‘예방’ ‘data’ 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입니다.

사실상 이 영역에 들어오게 되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헬스케어이고 아닌지가 모호해지기 시작합니다. 즉 앞에서 언급한 표준산업 분류 같은 전통적 비즈니스의 영역에 선긋는 활동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한 상태가 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현업을 하면서 이러한 선긋는 활동 자체가 무의미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해서 전통 헬스케어 시장에서 나오는 데이터나 활동의 연결이 단절된 것도 아닙니다. 비 헬스케어 영역이지만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는 전통 헬스케어에서의 활동이 연결되어 좀 더 유의미한 고객 데이터와 고객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상품/제품 안에 미리 헬스케어 연결성을 확보해야만 유의미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 개인적으로 느낀바를 정리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속성은 Gate와 같다고 생각되어 이를 도식화 하면 아래와 같이 표현됩니다.

각각의 수요자(비헬스케어 기업)들 안에는 전통적인 핵심 요소가 존재합니다. 제조업이라면 성능, 비용저감, 안전, 디자인, 브랜드와 같은 요소일 것이고, 건설이라면 브랜드, 안전, 입주민 응대 등의 요소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는 헬스케어를 선언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 핵심 요소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헬스케어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각각의 case가 큰 시장 기회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왜냐하면 언급한 바와 같이 이들에게 헬스케어는 필수가 아닌 기존 핵심 요소를 강화할 경쟁력, 차별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맺으며

앞서 본 바와 같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크게 두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통 의료 산업의 디지털 전환, 그리고 비 헬스케어 시장으로의 확장입니다. 이 두 분야는 서로 다른 속도와 과정을 거치며 발전하고 시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전략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저 두 시장 중 어느 시장을 타겟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 뒤에 타겟하는 시장에서의 속성을 공략해야 할 것입니다.

내년에도 디지털 헬스케어가 지금의 지위나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개념이 만들어져 가는 단계에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초창기 표준산업 분류로 이해하려고 했던 노력이 헛되다고 보여지는 만큼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용어는 어쩌면 메타버스처럼 어떠한 상태(status)가 아닌 지향점(vector)의 의미일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점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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